특강주제: 끝없는 말
강사 : 최종규 숲노래 기획대표
배우는 길에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다면 누구나 꼭 한 걸음을 배운 뒤 더 배울 까닭이 없어요. 한 번 읽어서 다 외우거나 익힌다면 굳이 더 배우지 않겠지요. 그런데 잔나비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날마다 지어서 먹는 밥은 늘 밥물이 살짝살짝 다르면서 밥맛도 언제나 새로워 죽는 날까지 물리지 않고 누릴 수 있습니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글이기에 열 스물 온 즈믄 골 잘 …… 끝없이 되읽습니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글은 되읽을 적마다 새롭게 살아나면서 우리 마음자리를 촉촉히 적시거나 포근히 감쌉니다.
삶도 사랑도 말도 글도 끝이 없습니다. 밥도 길도 꿈도 생각도 끝이 없어요. 그러면 우리는 책을 읽거나 새말을 익힐 적에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려나요? 책을 한 번 스윽 읽었으니 몇 쪽 몇 줄에 어떤 줄거리가 흐르는가 다 외울까요? 토씨 하나 안 틀리면서 다 외우더라도, 줄거리에 깃든 이야기를 모조리 헤아릴까요?
‘무궁무진’이라는 중국 한자말이 있습니다. 중국 한자말이니 이 말을 지은 중국이라는 삶터에 걸맞게 태어난 이야기가 서립니다. 이를 한국말로 옮기면 ‘끝없다’나 ‘가없다’가 될 텐데, ‘끝없다’나 ‘가없다’는 이 오랜 낱말을 먼먼 옛날부터 쓰던 한겨레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도사립니다.
전문말이 전문말이 되는 까닭은 쉬워요. 꾸준히 쓰고 자꾸 써서 몸이며 마음에 깊이 배거든요. 낯선 말이 그저 낯설어 잘 안 쓰는 까닭도 쉽습니다. 낯설다는 핑계로 자꾸 안 쓰고 다시 안 쓰니 노상 낯설어 입이며 몸이며 삶에 안 붙습니다.
아는 사람끼리 쓰는 말도 아는 사람 삶에 녹아들어서 쉽고 익숙해요. 그러면 이웃하고 동무를 넓혀 누구나 즐겁게 쓸 말을 헤아리려 한다면 어떤 말을 써야 좋을까요? 몇몇한테만 낯익은 말이 아닌, 몇몇이 오래 쓴 말이 아닌, 나이나 배움끈 같은 틀을 넘어서면서 모두한테 쉽고 부드러우면서 따사로운 말을 다룰 줄 알아야 할 테지요. 끝없는 말이 가없이 흘러 티없는 마음이 되고, 거짓없는 사랑으로 자라니, 말없이 즐거운 새말, 함께 쓰며 서로 기쁜 숨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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